1. 왜 기획자에게 자동화 설계 역량이 필요한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조직의 업무 구조는 눈에 띄게 복잡해지고, 동시에 더 빠르고 유연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SaaS 도구와 AI 기반 서비스의 도입이 일반화되면서, 업무 자동화는 특정 팀의 전유물이 아닌 조직 전반의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획자는 단순히 ‘아이디어만 기획’하거나 ‘기능 요구사항만 정의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그 아이디어가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실행될 수 있는지를 함께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기획자’가 자동화 설계를 이해해야 할까요? 현실에서는 자동화 도구나 워크플로우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이 도구를 통해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을지, 어떤 조건을 붙여야 할지, 어느 부분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바로 업무 전반의 흐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기획자입니다.
물론 기획자가 개발자 수준의 코딩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Zapier, Make, n8n, Notion AI 등과 같은 노코드/로우코드 플랫폼의 발전 덕분에, 기술적인 배경이 없더라도 기획자가 직접 자동화 흐름을 설계하고 시연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획자는 기존에 겪던 개발 의존도를 줄이고,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 가능한 프로토타입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자동화에 필요한 기술 지식보다는, 기획자 입장에서 자동화를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시각적으로 구조화하여 설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려고 합니다. 기획자도 자동화에 있어 창의적인 설계자이자 전략적인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2. 자동화 설계의 시작: 업무 흐름 파악과 목표 정의
자동화는 ‘어떤 일을 기계가 대신 처리하게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업무의 목적과 맥락, 흐름, 예외 상황까지 모두 고려되어야 합니다. 자동화 설계의 첫 단계는 항상 자동화하고자 하는 업무가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 과정 없이 기술만 앞서게 되면 불필요한 자동화를 설계하거나, 중요한 단계가 누락되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규 고객 유입 시 이메일을 자동 발송하고, 일정 시간 후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후속 액션을 추천하는 자동화’를 만들고 싶다면, 우선 이 업무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자동화의 목적은 단순히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
- 수동 업무 제거: 반복적인 수작업 이메일 업무 제거
- 실시간 응답성 향상: 고객 행동 기반 맞춤 대응
- 고객 전환율 상승: 후속 액션 최적화
기획자는 이 시점에서 업무의 전후 관계를 타임라인 또는 플로우 형태로 정리하고,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입력값, 처리 조건, 출력값을 함께 메모로 붙여두는 방식으로 작업 구조를 시각화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도구가 필요하고, 어떤 조건 분기가 들어갈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설계 품질이 높아집니다.
3. 자동화 흐름의 시각화: 다이어그램의 구조적 접근
자동화 설계의 핵심은 ‘흐름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사고를 알고리즘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도식화하는 능력은 기획자에게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자동화 흐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에는 시작점(Trigger), 조건 분기(Condition), 실행 작업(Action), 반복 처리(Loop), 종료(End) 등이 있습니다. 예컨대 "고객 등록 → 이메일 발송 → 행동 분석 → 맞춤 응답" 같은 플로우는 이 다섯 요소가 적절히 조합된 구조입니다. 각 단계는 사용자 행동, 시스템 상태, 시간 조건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변화하며, 이러한 흐름을 도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설계의 첫걸음입니다.
기획자가 자주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는 Miro, FigJam, Whimsical, Lucidchart 등이 있습니다. 이 도구들은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직관적인 설계가 가능하며, 팀원과의 실시간 협업에도 유리합니다. 특히 복잡한 조건 분기나 병렬 흐름, 반복 루프 등을 표현하기 좋기 때문에 개발자나 외부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효과적입니다.
시각화 작업을 할 때는 ‘전체 흐름 → 주요 분기 → 각 노드의 입력과 출력 → 예외 처리’의 순서로 정리하면 가장 효율적입니다. 또한, 하나의 플로우 안에서 자동화가 끊기지 않고 논리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며, 흐름 간에 정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명확히 표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획자는 더 이상 단순한 아이디어 제공자가 아닌, 실행 가능한 로직을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설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4. 자동화 설계 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변수들
이론적으로 완벽한 자동화 플로우도, 실제 환경에서는 수많은 변수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설계자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플로우를 단순화하면, 실제 도입 시 오류나 중단이 잦아지고, 사용자 불만이 발생하거나 업무가 더 복잡해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자동화 설계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예외’를 설계에 반영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가장 흔한 변수는 데이터 오류나 누락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메일을 누락하거나 날짜 형식을 잘못 입력하면 자동화된 이메일 전송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외부 API에서 데이터를 가져올 때 네트워크 지연이나 인증 오류가 발생하면 전체 흐름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도구 간 연동 제약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Zapier나 Make 같은 툴은 다양한 플랫폼을 연결하지만, 각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API 기능 범위나 사용량 제한이 다릅니다. 어떤 툴은 필드를 수정할 수 있지만 삭제는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는 OAuth 인증만 지원하여 연동에 제약이 따르기도 합니다.
또한, 지나치게 기계적인 자동화는 사용자 경험(UX)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처음 문의를 보냈을 때 바로 자동응답이 전송된다면 편리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이 지나치게 무감각하거나 맥락과 어긋난다면 오히려 반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설계 시 ‘실패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반드시 플로우 안에 포함시켜야 하며, 보조 플로우나 예외 시 처리 시나리오를 시각화 다이어그램에 포함해야 합니다. 이러한 설계는 자동화의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 파트너가 현실적인 구현 범위를 검토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5 기획자의 자동화 역량을 키우는 실제 학습법
자동화 역량은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체계적인 실습과 반복적인 구조화 훈련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론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손을 움직이며 실습을 통해 배워가는 방식입니다.
첫 단계로 추천하는 것은 시각화 도구 사용 익히기입니다. Miro, FigJam, Lucidchart 같은 도구는 단순한 도형을 넘어서 협업 기반 구조화를 지원하며,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설계 흐름으로 구체화하는 데 매우 적합합니다. 기초적인 도형 정리부터 시작해서, 조건 분기, 루프 구조, 예외 흐름까지 점차 복잡도를 높여가며 실습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노코드 자동화 실습입니다. Zapier나 Make를 통해 ‘Gmail → Notion 기록’, ‘Slack → Google Calendar 연동’ 같은 단순 루틴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이러한 작은 플로우를 직접 설계하고 결과를 보면서, 기획자는 자동화의 감각과 설계 포인트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AI 기반 도구 확장 학습입니다. GPT 기반 자동화 도구나 Flowith, Notion AI 등은 자연어로 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코딩 없이도 “누군가 문서를 등록하면 요약하고 알림” 같은 흐름을 간단한 문장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획자에게는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마지막으로, 벤치마킹 사례 연구도 중요합니다. Zapier 블로그, Notion 템플릿, Reddit 자동화 커뮤니티 등에는 실무에서 쓰이는 실제 플로우와 문제 해결 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를 분석하며 '왜 이렇게 구성했을까?', '이 방식의 한계는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는 것이 설계 실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획자가 자동화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생각을 실행 가능한 시스템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작은 자동화라도 하나 직접 만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그것이 일하는 방식의 근본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